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왁자지껄 자립생활주택 체험홈
센터판 근로지원인 / 이은하
안녕하세요. 저는 현재 센터 판에서 근로지원인으로 근무하고 있는 이은하 라고 해요. 제가 근로지원인으로 일하고 있는 도중 체험홈에 야간 활동보조인을 구한다는 얘기를 듣고 5월 28일부터 야간활보를 했어요. 체험홈은 장애인 분들이 탈시설을 할 수 있게 짧으면 1개월에서 길면 3개월 동안 자립을 체험할 수 있는 집이에요. 체험홈에서는 시설과 달리 본인이 하고 싶은걸 할 수 있고요, 늦잠도 잘 수 있고, 밤에 산책도 나갈 수 있고, 그 분들에 선택권을 중요시 하는 곳이죠. 체험홈에는 발달장애인 두 분이 입주하셨어요. 처음에는 걱정도 되고 설레기도 했지만 아무래도 발달장애인 분들을 많이 접해보지 않은 저로써는 설렘보다는 걱정이 더 많았어요. 드디어 첫 출근 날 이용자 분들을 봤어요. 한분은 매우 말도 잘 하시고 표현도 엄청 잘하시고 대화도 주도하시고 활발하셨어요. 그리고 다른 한 분은 아직 낯설었는지 아직 말도 안하시고 그냥 고개만 숙이고 있으셨어요.
이제부터 이 두 분들에 관하여 에피소드 같을 걸 얘기 할 텐데 활발하신 분은 A님 낯가림이 많으신 분은 B님으로 표현할께요~! B님은 편마비가 있으셔서 목욕 지원을 해드렸어요. 아무래도 목욕지원을 하다 보니 옷이 젖을 수밖에 없는데요.. 제가 옷이 젖은 것을 보고 B님은 엄청 웃기셨나봐요... 갑자기 배꼽을 잡으시더니 너무 웃기다고 하시는 거에요. 저는 젖어서 당황했는데...ㅠㅠ(힝...) 그래도 이용자님도 첫날이라 힘드셨을 텐데 저 때문에 웃어서 나름 기분이 좋았어요. 그렇게 우여곡절(?) 끝에 목욕지원을 다 하고 B님은 일찍 주무시고 A님하고는 내일 아침에 뭐 먹을지 뭘 좋아하시는지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고 잤습니다. 그 다음날 A님은 요리를 좋아하셔서 같이 재료손질도 했고 A님, B님이랑 같이 밥상도 차렸습니다. 저는 그렇게 식사 지원까지 하고 아침에 퇴근을 했어요. 그리고 저녁에 다시 출근을 했는데 A님께서 너무 심심하다고 공부를 하고 싶다고 하셨어요. 그래서 같이 받아쓰기를 했어요. B님은 하기 싫다고 하셔서 그냥 앉아서 노래들으시고 A님만 받아쓰기를 했는데 맞춤법이 좀 약하신 거 같아 기초 단계부터 알려 드렸어요. 그런데 애기들이 배우는 거 같아서 안하시겠다고 하셨어요. 애기들이 배우는 거 아니라고 할머니들도 이런 거 배우신다고 말씀드렸더니 그럼 하겠다고 하셔서 다시 알려드렸어요. 그런데 갑자기 우시더니 도저히 안 되겠다고 자기는 애기가 아닌데 애기들 알려주는 걸 배워야 하냐고 우시는 거예요..ㅠㅠ 그래서 저는 당황해서 죄송하다고 달래드렸고 시간이나 날짜 개념 이런 게 조금 부족하신 거 같아서 그런 걸 알려드렸더니 너무 재미있다고 다음에 또 배우고 싶다고 하셨어요. 그래서 저는 그 이후에도 한글, 수학, 날짜 개념들을 알려드렸어요. 그 다음날에는 A님께서 면역력 주사를 맞으시러 가는 날 이였어요. A님은 오후에 주사를 맞으시고 저는 평소와 똑같이 야간에 출근을 했죠. 그때 B님은 프로그램 때문에 주택에 안계셨어요. 그런데 제가 출근을 하자마자 A님께서 표정이 되게 안 좋으셨어요. 계속 속이 울렁거리고 머리가 아프시다고 울면서 그러시는 거예요. 저는 너무 걱정이 됐지만 저까지 정신없는 모습을 보이면 이 분이 더 불안해하실까 애써 침착하게 그 분을 진정시켰죠. 그렇게 몇 분 동안 엄청 우시고 그제서야 진정을 하셨어요. 그 분이 저한테 오늘 자기랑 같이 자자고 하시더라고요. 그래서 그 분과 같이 노래 들으면서 잤어요. 그리고 그 다음 날 B님이 아침에 오셔서 같이 밥을 먹고 저는 퇴근을 했어요.
그렇게 시간이 좀 지난 후 A님은 멘토링을 하셨는데 그날 쇼핑을 하셨다며 자랑하셨어요. 옷도 사고 악세서리도 사고 그러면서 제가 생각이 나서 양말을 사셨다고 저에게 선물로 주셨어요. 정말 감동 받았죠.. 그렇게 시간이 좀 지나고 어느 날은 A님이랑 B님이 다음 날에 프로그램 때문에 월미도로 여행을 가는 날 이였어요. 두 분 다 엄청 설레하시고 좋아 하시더라고요. 그 분들의 되게 순수한 감정이 보는 사람 기분도 엄청 좋아지더라고요. 그래서 제가 월미도 가는 당일에 평소보다 일찍 일어나서 화장도 해드리고 옷도 골라드리고 머리도 해드렸어요. 엄청 좋아하시더라고요. 그렇게 하고 그 분들은 월미도를 다녀오셨고 그 날 저녁에 저는 어떠셨냐고 물어보니깐 과묵하신 B님이 신나서 설명을 해주시는 거예요. A님도 막 신나서 설명하셨고 제가 같이 가진 않았지만 저도 덩달아서 신나더라고요. 그 분들은 되게 어린아이 같이 엄청 순수하시더라고요. 그렇게 시간이 지났고 어느 날 평소처럼 이 분들하고 같이 얘기 좀 하다가 잘 시간이 돼서 다 각자 방에 들어가 잘 준비를 했죠. 그렇게 저는 잠이 들었는데 B님이 새벽에 저를 엄청 다급하게 깨우시는 거예요. 저는 여태 B님이 저를 깨운 적이 없어 당황해서 황급히 일어났죠. 그런데...... (하....) 정말 대재앙이 일어났어요..ㅠㅠ (힝..) 세탁기에 받아진 물이 그대로 거품과 같이 바닥에 샌 거예요.. B님 엄청 당황하셨는지 저한테 웃으면서 계속 미안하시다고 하시는 거예요. 자다 깨서 저도 좀 예민했는지 계속 그냥 괜찮다고 살짝 짜증을 섞으면서 말했죠. 그렇게 한 30분 정도 다 치우고 미끄러질까봐 걸레질도 하고 잤죠. 그 날 아침 B님이 저한테 웃으면서 물을 떠다 주시더라고요. 많이 미안 하셨나봐요. 저도 새벽에 짜증내서 죄송하다고 하고 웃으면서 아침을 먹고 퇴근했죠. 그리고 얼마 뒤 제가 출근 마지막 날이 였어요. 그날은 뭔가 시원섭섭했죠.. 그 날 제가 그 분들에게 마지막 날이라고 같이 밤 산책 나가자고 했죠. 그 분들은 좋아서 황급히 옷을 갈아입으시고 나오셨어요. 산책을 하면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고 그랬는데 집에 와서 막상 내일이 마지막이니깐 되게 아쉽더라고요. 좀 울컥하기도 하고 A님도 보고 싶을거라고 너무 아쉽다고 하면서 꼭 놀러오라고 하셨어요. 꼭 놀러 온다고 약속을 하고 평소와 같이 잠을 잤고 다음 날 아침 퇴근 준비를 하고 저는 그렇게 체험홈을 그만 두게 되었어요.
그 뒤로 아무래도 저의 첫 활동보조 체험이다 보니 좀 더 애착이 간다고 해야 하나? 한 달이 저에겐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기간 이였지만 그래도 정이 많이 들었나 봐요. A님과는 이틀에 한번 꼴로 매일 전화를 하고 그 분들이 프로그램도 있고 겸사겸사 센터에서도 몇 번 놀러오고 저도 체험홈에 놀러 가고 그랬어요. 지금은 그 분 들이 체험홈 입주하신지 3개월이 지나 시설로 돌아가셨어요. B님은 현재 자립생활을 준비하기 위해서 따로 신청하셨고요. A님 같은 경우에는 부모님이 자립을 반대하셔서 계속 설득 중에 계세요. 저는 한 달 좀 넘게 이 분들의 활동보조인을 하면서 아무래도 처음이였고 여러 가지 서툴고 그랬는데도 그 분들은 저한테 화 한 번도 안내셨어요. 그 분들도 체험홈이 처음이이라서 걱정도 많이 했는데 서로 의지하면서 잘 지냈던 거 같아요. 저는 솔직히 발달장애인 분들을 많이 접할 수 있는 기회도 없었고 접해보지도 않아서 다소 발달장애인에 대해 편견 아닌 편견을 좀 가지고 있었는데 이 분들과 같이 일하게 되서 편견이나 선입견 같은 것도 많이 없어지게 됐고 뭔가 발달장애인을 좀 더 많이 알 수 있는 계기가 되서 좋았던 거 같아요. 이제 앞으로 여러분들도 발달장애인이나 다른 유형에 중증 장애인분들을 일상생활에서 많이 만날 일이 있을 텐데요. 그 분들도 저희랑 다를 게 없는 분들이라 선입견 없이 대하는 것이 좋을 꺼 같아요. 지금 까지 체험홈 에피소드였고요, 긴 글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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