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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등급제 폐지, 그 이후의 세상을 꿈꾸며...

장애인등급제 폐지, 그 이후의 세상을 꿈꾸며...

소장 / 서기현
장애인등급제는 전두환 대통령 시절 이른 바 '복지국가(?)' 건설의 일환으로 도입된 제도입니다. 그 원형은 일본에 있었습니다. 당시 우리나라는 많은 법과 제도를 외국의 것을 그대로 본 따 들여왔었는데요. 장애인등급제를 포함한 장애인복지법(당시 심신장애자복지법)도 그러했습니다. 그런데 흥미로운 것은 장애인등급제를 몇년 전까지는 시행하는 나라가 일본과 우리나라 뿐이었으며 그나마 일본에서는 다른 법으로 인해 사문화되었습니다.

장애인등급제는 말 그대로 장애 정도에 따라 등급을 매기는 제도입니다. 왜 그럴까요? 복지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자격을 주기 위함입니다. 등급에 따라 우리나라에서는 받을 수 있는 복지서비스가 달라집니다. 예를 들어, 서울의 장애인콜택시는 1,2급이 탈 수 있습니다. 장애인 연금 또는 수당은 급수에 따라 받는 돈이 달라집니다. 1급에 가까울수록 받는 금액이 많아지지요.

이런 좋은(?) 제도를 폐지해달라고 많은 장애인단체들은 2012년부터 1800일 넘게 광화문역에서 천막농성을 했고, 심지어 문재인 대통령은 후보시절 국민 공약 1호로 장애인등급제 폐지를 정하기도 했습니다. (그 공약은 지켜졌을까요? 끝까지 읽어보시길 바랍니다. ^^) 무슨 이유로 장애인 단체들은 물론 대통령까지 나서서 이 제도를 없애려고 할까요?



첫 번째로는 철학적인 이유가 있습니다. 사람의 몸에 임의로 등급을 매기는 것 자체가 인권 침해의 요소가 다분하다는 것입니다. 물론 그동안의 정부에서는 등급에 따라 필요한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함이라고 했지만 거꾸로 생각하면 등급으로 받을 수 있는 서비스를 제한하려는 의도가 깔려있는 것입니다. 이는 명맥한 차별이며 이러한 이유로 유엔(UN)은 장애인권리조약을 근거로 우리나라에 장애인등급제를 폐지하라고 권고하기에 이릅니다.

두번째로는 장애인등급제 자체에 많은 문제가 있습니다. 세계보건기구 WHO에서는 장애인구 비율을 전체 인구의 약 10%로 추정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장애인등급제 등록비율은 5%를 밑도는 수준 입니다. 이런 차이가 나는 이유는 우리나라의 장애인등급제는 그 기준이 너무 좁고 엄격하기 때문입니다. 장애인등급제에서 인정하는 장애유형은 총 15가지로 크게 신체적 장애, 정신적 장애로 나뉘며, 신체적 장애로는 지체,뇌병변,시각,청각,안면,언어,신장,심장,,호흡기,장루요루,뇌전증 장애 등 12개 유형이고 정신적 장애로는 지적, 자폐성, 정신 장애 등 3개 유형입니다. 대표적으로 장애같지만 장애로 보지 않는 것이 '치매'입니다. 그 수가 2017년 기준으로 전 인구의 1.3%에 해당하는 70만명에 달합니다. 대표적인 노인성 '질환'이지만 명백한 '장애'이기도 합니다. 많은 복지 서비스가 필요하지만 '장애'로 등록이 안 되서 관련 서비스는 받지 못합니다. 그 외에도 만성소화기장애, 중증피부질환, AIDS, 기타 만성 희귀 질환 등 기존의 장애인복지법으로는 담아낼 수 없는 영역이 많아서 복지 서비스의 사각지대가 생길 수 밖에 없습니다.

장애인등급제의 또다른 큰 문제는 그 기준이 의학적인 내용밖에 고려되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장애는 신체적인 문제가 가장 크긴 하지만 그에 못지 않게 환경적 요인도 무시 못합니다. 예를들어 대도시와 지방의 환경 차이(대중교통, 거리 및 건물 등의 편의시설 등), 거주 환경(아파트, 빌라, 다세대주택, 단독주택 등), 가족 구성의 차이(결혼 유무, 자녀 유무, 육아, 노부모 돌봄 등) , 소득 수준의 차이, 필요 서비스 용구 등등은 장애인의 삶에 큰 영향을 주지만 장애인등급제에서는 모두 무시되고 오직 의학적 기준만 적용하고 있습니다. 그마저도 의사마다 적용 기준이 달라서 장애인들 사이에서는 등급을 좋게 받으려면 좋은(?) 의사를 만나야 한다는 자조섞인 우스갯 소리도 돌 정도 입니다.

그러면 장애인등급제를 폐지하면 어떻게 될까요? 우선 장애인 등록은 해야합니다. 제도가 인정하는 장애가 있다는 것은 국가가 알아야하니까요. 하지만 장애의 정도에 대해서는 각 서비스 마다 그에 맞는 기준은 마련되어야합니다. 그러나 걱정할 필요가 없는 것이 이미 기존의 서비스나 제도에는 장애인등급제 외에 별도의 기준이 있습니다. 대표적으로 활동지원사업 같은 경우 '인정조사표'라는 기준에 따라 서비스의 양을 정하고 있습니다. 보장구 지원도 건강보험공단에서 이미 별도의 기준을 활용하여 지급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예를 보더라도 장애인등급제는 서비스를 주려는 목적이 아니라 또하나의 장벽으로 작용하여 서비스를 제한하는데 아주 유용하게 이용되고 있습니다.

많은 분들은 걱정을 많이 합니다. 장애인등급제가 폐지되면 그나마 받던 것 마저 없어지는 것 아니냐고. 특히 할인, 감면 제도를 못 받으면 생계까지 곤란해지는 분들이 그런 걱정들을 합니다. 하지만 그런 간접지원보다 더 올바른 방향은 장애인이 쓸 수 있는 돈을 직접 지급하는 것입니다. 교통비, 통신비, 세금 간면 등그런 간접지원의 가장 큰 문제는 그 비용들은 그것에 접근가능 한 장애인들에게만 의미가 있다는 것입니다. 아무리 지하철이 공짜라도 지하철에 갈 수 있어야 의미가 있고, 휴대폰 요금 35% 할인도 휴대폰을 써야, 궁궐, 박물관, 미술관, 국립공원을 가야 할인을 받고 ktx를 타러 서울역에 갈 수 있어야, 그 반값이라도 낼 수 있어야, 자동차 취득세 등록세 면제도 자동차를 살 수 있어야 의미가 있습니다.

정부에서는 문재인 대통령의 국민 공약 1'장애인등급제 폐지'를 지키려고 작년에 광화문 농성장으로 보건복지부 장관을 보내 장애인등급제 폐지를 약속 했습니다. 이후 민관협의체에서 많은 논의를 거처 장애인등급제를 우선 중경 단순화 시키고 단계적으로 폐지하겠다는 방안을 대대적으로 홍보했습니다. 많은 국민들은 '드디어 장애인등급제가 폐지되는구나, 역시 문재인이야!' 이럴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자세히 살펴보면 1~3급을 중증으로, 4~6급을 경증으로 단순화 시키고 기존의 틀은 그대로 유지시키는 것입니다. 기존의 할인 감면 제도도 그대로고, 의학적 기준도 그대로입니다. 더욱 중요한 것은 장애인복지 예산도 거의 그대로인 것입니다.

우리나라는 이른 바 선진국들 모임인 OECD(경제협력개발기구)에 가입되어있으며 소속 국가들 중 유일하게 장애인등급제를 두고 있으며 장애인복지 예산도 꼴찌를 달리고 있습니다. 평균적으로 5% 수준임에 반해 우리나라는 0.5%도 안 되고 있습니다.

단순히 우리는 장애인등급제 폐지만을 주장하지 않습니다. 당연히 그것을 뒷받침하는 제도와 예산도 요구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청와대 앞에서 170일 넘게 예산 확보 등을 위한 농성을 벌이고 있습니다.



여러분의 관심과 연대가 장애인등급제 폐지, 관련 제도 보완, 예산 확보 등에 많은 힘이 될 것입니다.

함께 해 주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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