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연 장애인수용시설(현행 제도는 장애인거주시설로 통칭하고 있으나, 현실은 장애인을 지역사회로부터 격리, 수용하고 있다)이 이 땅에서 완전히 사라지는 날을 볼 수 있을까? 결론부터 말한다면 당연히 없어져야 할 구조적인 모순으로, 강고한 장애운동이 끝내 수용시설을 폐쇄하리라 생각한다. 시설의 폐쇄는 곧 중증장애인의 지역사회 자립생활 실현을 뜻하는 것이고 만일 그것이 현실화된다면 견고한 장애인차별의 장막 하나를 걷어내는 것이다.
장애로 인한 철저한 격리와 소외, 그리고 차별로부터 해방되는 그날을 위해 오늘도 많은 동지들이 투쟁을 하고 있다. 그 결실을 꼭 봐야 한다.
사단법인 노들은 2014년 11월부터 2017년 10월말까지 3년간 장애인거주시설에서 생활하고 있는 중증장애인이 참여하는 탈시설지원프로그램을 진행했다. 30명이 참여해 올해 3월까지 17명(?)이 감옥 같은 시설에서 벗어나 지역사회에서 살아가고 있다. 지난 3년간 진행된 자립생활지원프로그램은 기본적으로 중증장애인 당사자의 의사와 의지의 일상적인 실현을 뒷받침하는데 초점을 맞춰 진행했다. 1인 단독가구의 주거공간 제공과 함께 24시간 전담 활동보조서비스 및 생활비 지원 등 물적인 토대 조성과 함께 동료상담, 여행 등의 프로그램을 통해 자립생활 욕구를 지지한 결과 프로그램만족도가 높게 나타나고 탈시설 욕구 역시 향상되는 성과를 보였다.
이들이 시설에서 나와 자립생활을 하고 싶은 이유는 간단하고 명료하다. “자고 싶을 때 자고, 먹고 싶을 때 먹고 싶다”는 것이다. 보통은 이러한 원초적인 욕구에 의미를 부여할 필요성을 못 가진다. 그러나 사회와 격리돼 시설에서 고립되어 있는 중증장애인에겐 자신의 의지대로 먹고 자고 싶은 욕구조차 일상적인 해소가 어려운 상황이기에 무엇보다 절실한 욕망이라 할 것이다.
이들 대다수는 부모와 가족으로부터 배척되고 본인의 의사, 의지와는 상관없이 시설에 수용돼 수십년을 유폐되어 살아 왔다. 장애로 인해 시설에 격리된 삶은 교육의 기회조차 없어 초등학생 수준의 간단한 돈 계산도 어려워해 과연 이들이 지역사회에서 살아갈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을 갖게 된다. 또한 교육 기회의 배제와 시설에서의 고립된 환경으로 인한 인지능력의 부조화 및 언어장애에 따른 일상적인 의사소통의 어려움이 있다. 이와 같이 열악한 조건에 놓인 중증장애인의 삶은 자신의 의사와 의지에 따라 판단하고 행동하는 것이 아닌 시설의 생활교사 등 타인의 의사와 판단에 따라 일상 자체가 왜곡된다. 사회적 동물로서의 주체적인 인간본성이 일상적으로 침탈을 받고 있는 것이다.
장애인수용시설은 해방 이후 현재까지 상존하고 있는 비인간적이고 반민주적인 장애인차별의 대표적인 사례로 장애운동의 1차적인 과제 가운데 하나다. 이와 같은 배경 아래 용산행복장애인자립생활센터, 장애인자립생활센터판 등과 함께 3년간 컨소시엄으로 진행된 탈시설자립생활프로그램사업은 나름 소기의 성과를 거두었다. 그러나 엄밀하게 평가한다면 사업의 성패 여부를 떠나 장애인수용시설의 구조적인 모순과 장애등급제, 부양의무제 등 한국 사회의 고착화된 장애인차별문제의 극복을 목표로 한 사회변혁적인 과제를 던져주고 있다고 봐야할 것이다.
현실적으로 제도적인 지원을 배경으로 민관 차원의 탈시설, 자립생활지원프로그램의 시행이 필요하긴 하나, 개별 단위 차원의 산발적인 사업 진행 위주가 아닌 수용시설의 폐쇄가 절실하다. 또한 장애인의 자립생활을 가로막고 있는 장애등급제, 부양의무제 등 제도적 모순의 극복 역시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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