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상행동 장애와여성 마실, 서울장애인차별철폐연대/김광이
2014년에 광화문역사에 ‘장애등급제 폐지 부양의무제 폐지 공동행동’의 농성장을 계기로 서울장애인차별철폐연대는 ‘광화문역 엘리베이터 설치 모임’(이하 광엘모)을 만들었다. 광화문역은 장애인은 승강장에서 지상까지 리프트를 타야 한다. 엘리베이터가 절실하지 않은 시민들은 이 현실을 체감하지 못한다.
휠체어를 타는 많은 동지들이 농성장을 지키고 선전전을 하기 위해 시청역이나 경복궁역에 눈이 오나 비가 오나 휠체어가 부서져라, 울퉁불퉁하거나 인도가 좁은 보도 위에서 허리의 충격을 고스란히 느끼며 바퀴를 굴려 광화문역까지 오갔다. 어떤 경우는 광화문역 계단이 워낙 많아서 승강장에서 지상까지 이동하는데 20여 분이 걸리기도 한다.
광엘모는 투쟁 과정에서 서울지하철공사와 세 차례의 면담이 이루어졌으나, 담당자들은 광화문역의 환기시설 변경의 위험성 등 구조적 난점을 이유로 엘리베이터 설치가 안된다고 하였다. 그러나 광엘모는 이대역과 남산의 경사형 엘리베이터 사례를 들어, 지하나 지상을 무리하게 파지 않아도 장애인에 대한 존중과 뜻만 있으면 할 수 있다고 주장하였다.
이러한 투쟁들을 모아서 서울시청 점거농성을 하였고, 2014년 12월 30일에 박원순 시장과의 면담이 이루어졌다. 박원순 시장은 광화문역에 엘리베이터 설치를 국내 기술로 못한다면 외국의 적절한 사례와 기술을 통해서라도 모든 역사를 장애인이 오갈 수 있도록 하겠다고 약속하였다. 이를 계기로 민관합동 T/F가 서울장애인차별철폐연대, 서울시, 지하철공사, 매트로 등 관련자들로 구성되어 2015년 1월 29일에 첫 회의를 가졌다. 이후 2015년까지 실무지원단 회의, 총괄 T/F회의, 장애인단체 간담회 및 토론회 등 20여 차례 회의를 하면서 서울시장애인이동권 계획을 성립하였다. 2015년 12월 3일에 서울시청에서 “장애인 이동권 증진 서울시 선언문 및 실천계획”을 발표하였다. 실천계획은 지하철, 버스, 장애인특별교통수단, 보도의 4부분으로 이루어졌다.
서울시 장애인이동권 증진 실천계획을 지하철과 버스를 중심으로 설명하면 다음과 같다.
지하철은 6개 단위로 나누고, 10개 세부사업을 계획했다.
엘리베이터는 우선 모든 역사에 1동선 확보하여 2022년까지 설치한다. 2015년 당시에 1동선 미확보 역사는 37개역으로 14개역이 추진 중이었고, 2017년까지 설치를 완료하기로 하였다. 나머지 23개 역사는 2018년부터 2022년까지 단계적으로 설치하기로 하고, 추진하기 위한 연구용역을 2017년 1월까지 마치기로 하였다.
승강장과 열차 간 바퀴 빠짐 방지는 간격이 10cm 이상인 역사 중, 실족사고가 많이 발생한 역사와 곡선 승강장을 우선하여 시범사업으로 자동식 안전발판을 설치한다는 계획이었다.
간격이 10cm 이상인 곡선 승강장은 110개역 2,970개 지점에 달한다. 그리고 실족사고 다발역사는 2015년-2019년 동안 49개역 1,310개소에 안전발판을, 2010년부터는 나머지 61개 역 1,560개소에 안전발판을 설치한다는 계획이었다.
승강장과 열차 간격이 넓어서 발생한 실족사고는 2015년 12월 당시 기준으로 최근 3년간 11개역에서 160건의 사고가 발생하여, 전체 역사 실족사고의 67%나 차지하였다.
저상버스는 도로구조상 차체 바닥이 낮은 저상버스 운행이 어려운 노선을 제외하고 2025년까지 100%를 도입하기로 하였다. 서울시 이동권 선언을 발표할 당시에 저상버스 도입율은 34.5%였다. 223개 노선의 2,496대였던 걸로 나온다. 또한 마을버스와 중형버스도 2017년까지 저상버스 도입방안을 마련하기로 서울시는 장애인이동권 계획을 세웠다.
버스 이용과 관련하여 여러 대의 버스가 한꺼번에 밀려 올 경우에, 휠체어 이용인도 시각장애인도 타야 할 버스로 접근하는 것이 어려워서 버스 정류소 공간 내에 가로등, 가로수 등 지장을 주는 설치물을 제거하는 등으로 무장애 정류장을 시범운영하기로 하였다. 버스 노선 안내도(BIT)에 점자를 병기하고, 버스 노선 번호판을 크게 하고, 저상버스의 교통카드 단말기의 높이 등 위치가 제각각이던 것을 모든 버스에 단말기 장착 위치를 통일하기로 하였다.
2015년 12월 3일에 서울시는 장애인을 비롯한 교통약자가 안전하고 편리하게 이동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장애인 이동권 증진을 위한 서울시 선언“을 발표하였다. 그러나 광화문역을 비롯하여 엘리베이터 설치는 계획대로 이루어지고 있지 않다. 그 와중에 작년 10월에 함경덕 씨가 리프트 타기 위해 역무원 호출 버튼을 누르려고 스쿠터를 조정하다 계단 아래로 추락하여 사경을 헤매다 돌아가셨다. 왼쪽 팔의 장애로 오른쪽 팔로 조작하려던 거였다. 이 사건만 봐도 우리는 설치물들이 기술자 혹은 설치자의 시각에서 섬세하지 못한 채 만들어지고 있음을 새삼 자각한다.
2002년 이동권연대가 생기고 투쟁하던 때에, 엘리베이터를 주장하였어도 돈과 기술을 핑계로 지나가는 시간들이 안전한 이동을 절실하게 원하던 우리들에게 리프트만이라도 얼른 설치되기를 바랄 수밖에 없지 않겠는가. 이에 대해 서울교통공사는 리프트 설치 전에 리프트 설치를 동의하지 않았냐고 반문한다. 누가 아는가 2030년쯤 되면 엘리베이터보다 더 안전하게 가고 싶은 곳이면 어디든 갈 수 있는 다른 이동수단이 생겨날지. 우리의 경험을 계속 확장된 시각으로 보는 것이 필요하다. 그리고 지금은! 위협이 되는 리프트를 철거하고 엘리베이터 설치를 하라고 최선을 다해, 흩어지지 말고 ‘장애인’이라는 확실한 사회적 존재감으로 모든 사람이 자유롭게 이동하는 서울시를 만들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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