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래서 어머니께 사시수술을 시켜 달라고 귀에 못이 박히도록 이야기했지만 “먹고 살기도 바쁘니까 그런 건 안 해도 된다”고 하셨다. 어머니는 그렇게 이야기하셨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사시수술을 하고 싶다”는 욕구(?)는 커져만 갔다. 그래서 “언젠가는 사시수술을 꼭 하고 말 것이다”라는 목표를 세웠다. 그런데 대학교를 졸업하고 사회생활을 시작하면서 수술을 할 때 부모님께 경제적인 도움을 받고 싶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런 목표를 세우고 2001년 12월부터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에서 첫 직장생활을 시작하면서 1만원, 5만원, 10만원... 그렇게 조금씩 돈을 모으기 시작했고, 시술을 하기까지 16년이라는 시간이 걸렸다.
수술에 대한 구체적인 목표를 세우게 된 계기는 작년 여름이었는데 같이 일하는 활동보조인이 “자신은 눈 건강 체크를 위해 정기적으로 안과를 다니는데 쌤도 이제 나이가 있으니 안과에 가서 검사를 받아 보라”는 권유를 듣고 난 후부터였다. 그래서 여름휴가 때 동네 안과에서 시력검사와 녹내장 검사를 했다. 검사를 끝내고 이상 없다는 이야기를 듣고 나는 의사에게 조심스레 질문했다. “제가 선천적인 뇌병변 장애 때문에 사시가 생겼는데 수술이 가능할까요?” 라는 질문을 하고 답변을 듣기까지 2,3초가 걸렸는데 그 시간이 2,3년처럼 느껴졌지만 다행히 가능하다는 말을 들을 수 있었다. 수술이 가능하다는 말을 듣는 순간... 고 3때 대학교 합격 소식을 듣고 기뻤던 후로 제일 기쁜 소식이었다. 그 소식을 듣고 부모님께 말씀을 드렸고 다음 날, 바로 건국대학교병원 안과에 진료예약을 했다. 진료를 받고 수술 날짜를 기다리기까지 2,3개월이 걸린 듯...ㅋ 수술 날짜를 기다리면서 수술을 할 수 있다는 기쁨도 컸지만 또 다른 한 편으로는 “진짜 성공할 수 있을까”하는 걱정도 컸다. 어머니도 “그 나이에 그냥 살지 이제 와서 왜 몸에 칼을 데냐?”고 하셨다. 게다가 수술 전 날 병원에 입원을 했는데 수술에 필요한 검사를 수술과 마취 동의서를 작성하기 전에 담당의사가“수술을 하다가 심장이 멈출 가능성도 있고, 수술이 실패할 가능성도 있다고 겁을 주었다.
그 얘기를 듣고 순간... “그냥 포기할까?”라고도 생각했지만 더 나이 들면 못 할 거 같다는 생각이 들어서 마음을 굳혔다.
그렇게 해서 2017년 12월 22일 오전 11시, 드디어 수술대에 올랐다. 수술실에 들어가는 순간... 가슴이 두근두근.... 그나마 그 수술실에는 대학교 동기가 간호사로 근무하고 있어서 마음에 위안을 얻을 수 있었다. 1시간 남짓.... 수술 시간이 지나고.... 과연 내 눈은 어떻게 되었을까?
긴장 되는 순간....
수술이 끝나고 안대를 푸는 순간...
두둥.....
수술은.... 대성공이었다. 그때의 기쁨과 행복함이란 이루 말할 수가 없다.ㅋ
수술이 성공했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아서 활동보조인 희용씨에게 진짜 수술이 잘 되었냐고 몇 번이나 물어봤는지 모른다. 수술한 눈을 본 어머니도 인상이 달라졌다며 수술하기를 잘 했다며 진작할 껄 그랬다고 하셨다. 그러면서 우리 엄니 하시는 말씀...
“이제 수술도 성공했으니 빨리 연애해서 장가만 가면 되겠다"...ㅋㅋㅋ
우리 엄니......ㅋㅋㅋ 어디서 나오신 근자감이신지...ㅋㅋㅋ
우리 팀장님한테 그 이야기를 전하니... ㅋㅋㅋ “사시수술 했다고 연애하고 결혼할 수 있겠냐”고 어김없이 독설(?)을 날리고...ㅋㅋㅋ
연애와 결혼할 수 있을지 없을지 모르고 뭐... 못 해도 상관은 없지만....ㅋ 확실한 건 자존감은 많이 올라간 듯하다...수술하기를 마음먹고 실행에 옮기는 과정을 보면서 나의 추진력에 놀랐고, “늦었다고 생각할 때가 가장 빠른 때”라는 말이 떠올랐다.
마지막으로 사시 때문에 힘들어 하는 장애인들이 있다면 자신감을 갖고 도전해 보라는 말을 해 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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